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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따뜻한 연대감 있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

따뜻한 연대감 있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 


코치예프 다브론 우즈베키스탄인;한국학중앙연구원 석박사통합과정 

내 조국은 우즈베키스탄이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사람들이 친절한 점 등은 
한국과 비슷하기도 하다. 또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 2·3세들이 많이 살
고 있어 이래저래 한국과 인연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
부터 우즈베키스탄의 사범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해 언젠가 한국에 가서 
좀 더 깊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소망은 지난해 9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석박사통합과정에 합격하면서 시
작되었고 한국에 온 지 이제 겨우 5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따라서 아직 한
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어떤 사람을 깊게 아는 가장 빠른 길은 그 사람과 함
께 사흘 동안 살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
지일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듯 그동안 한국에 관한 책을 읽
으면서 알았던 것과 직접 한국에 와서 생활하며 느낀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특히 책에서 볼 수 없는 한국 사람들의 식사습관, 즉 한 그릇에 담
아 모두가 함께 먹는 모습이나 술잔을 돌리면서 술을 마시는 습관은 처음
엔 무척 이상하게 보였다.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 모임이나 회식
이 있을 때도 찌개나 국물은 먹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선배와 단둘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삼겹살을 먹은 후 된장찌개가 나오는 것을 보자 걱정이 됐다. 과 모임이나 
회식에서는 내가 찌개나 국물을 떠먹지 않아도 남들이 알지 못했었다. 하지
만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없어 선배에게 실례
가 될까봐 용기를 내어 찌개를 떠먹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다
른 사람과 식사하면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먹지 않았던 때와는 다른 독특
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선배와 한 그릇의 음식을 같이 떠먹으면서 나도 모
르는 사이에 밥 한 끼를 나누는 이상의 푸근함과 따뜻한 연대감이 감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때 문득 “아. 이런 거였구나, 이런 문화는 그냥 생긴 게 아니라 이런 뜻
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친해
지고 싶을 때 이와 같은 식사문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정이 쌓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한국의 선후배에 대한 이야기
는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까 느낌이 
새로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선배와 후배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두루 
마음을 써주면서 밥 한 끼를 사준다든지 우연히 같이 식사를 하게 될 때도 
선배가 밥값을 낸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른 유학생들의 생각은 모
르겠지만 후배는 선배를 자신의 친형처럼 대하고 선배는 후배를 잘 챙겨주
는 한국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코치예프 다브론 우즈베키스탄인;한국학중앙연구원 석박사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