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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로버트 브라운존

Design Museum: London - design, architecture and fashion.


디자인 뮤지엄에 오른 세기적 디자이너 열전

justinKIM





Robert Brownjohn at the Institute of Design, Chicago, c.1945

1945년경 로버트 브라운존, 시카고 디자인 인스티튜트 앞에서

 

British Council 


Combining audacious imagery with ingenious typography, illustration and found objects, ROBERT BROWNJOHN (1925-1970) was among the most innovative graphic designers in 1950s New York and 1960s London, where he designed titles for James Bond films, graphics for the Robert Fraser Gallery and artwork for the Rolling Stones.





Watching Words Move, 1959
Experimental typography booklet
Brownjohn, Chermayeff & Geismar

로버트 브라운존, 실험적인 성격의 타이포그래피 소책자 <단어의 움직임을 보다(Watching Words Move)>의 일부, 1959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수많은 논쟁이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이론적인 차원의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자신의 삶과 작업을 별개의 것이 아닌 동일한 일체의 것으로 여기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미국의 광고 아트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로버트 브라운존(Robert Brownjohn)은 그래픽 작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아마도 이는 자신의 갑갑한 개인적 환경과 평범치 않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로버트 브라운존



통상 BJ라 불리는 브라운존은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약물 중독으로, 1970년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그가 활동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활동한 디자이너들보다도 더 많은 대표작을 남겼다. 20세기 디자인계에 그가 던진 충격은 컬트적인 반열에 오를 만한 것이었다.






Watching Words Move, 1959
Experimental typography booklet
Brownjohn, Chermayeff & Geismar

로버트 브라운존, 실험적인 성격의 타이포그래피 소책자 <단어의 움직임을 보다(Watching Words Move)>의 일부, 1959



“지난 15년 간 타이포그래피에 있어 진정한 진전은 활자체를 단순히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사진의 부속물이 아닌 이미지 그 자체로 사용한 것이다.” 1963년 BJ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문자란 이성적인 차원의 의미뿐 아니라 감성적인 의미 또한 함축한다는 믿음이, 그의 광고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중심을 차지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마도 정신병리학자라면 그 이유를 분명히 알 테지만) 최근에 내가 작업했던 네 개의 디자인 프로젝트들은 모두 여성에 대한 해부라는 형식을 통해 성을 크게 강조한 것이었다.”





‘여인의 탄약(A Woman’s Ammunition...)’, 1962
- 야들리(Yardley) 립스틱의 지면 광고로, 로버트 브라운존이 고안하고 안젤라 랜델스가 실제 작업을 맡았다.



라이프론 스타킹 연작 광고, 1963


라이프론 스타킹 연작 광고



성과 연관된 BJ의 디자인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나일론 스타킹의 시리즈 광고물인 ‘라이프론(Lifelons)’ 광고, 영화 <007 위기일발e>과 <007 골드핑거>의 타이틀 시퀀스, 그리고 ‘강박과 판타지(Obsession and Fantasy)’ 전시회의 포스터 작업 등이 있다. 이 중 앞의 세 작품은 ‘풍부한’ 예산을 투입했던 전문 작업이었으며, ‘강박과 판타지’ 전시회 포스터는 저예산의 ‘내수용’ 작품이었다.





Obsession and Fantasy, 1963
Poster for the Robert Fraser Gallery, London
Robert Brownjohn
‘강박과 판타지’, 1963
- 런던 로버트 프레이저 갤러리(Robert Fraser Gallery)에서 열린 팝 아트 전시회의 포스터


‘강박과 판타지’ 전시 포스터
여성의 벌거벗은 젖가슴을 전면에 내세운 이 포스터 사진은 친밀한 신체의 느낌에,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에로틱한 성격으로 균열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모델의 벗은 몸 위에 손으로 쓴 ‘강박(OBSESSION)’이라는 글자에서는 모델의 젖꼭지가 두 개의 ‘O’자를 대신하고 있다.

겨드랑이 부분의 살짝 접힌 살집이라든가, 한쪽 가슴이 다른 쪽보다 약간 더 크다는 점, 그리고 잉크로 쓴 글자들간의 불규칙성 등, 사소한 디테일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쉽게 놔주지 않는다. 이 사진의 모델은 바로 브라운존의 여자친구였다.

이 포스터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생동감 있었던 1960년대 초반의 런던에서 유행한 ‘해방’의 기운을 상징하고 있다. 당시 런던은 가벼운 포르노그라피가 사회적 급진주의와 연계되고 있던 곳이었다(로버트 브라운존은 <플레이보이> 잡지를 즐기는 열혈 독자였다고 한다).

영국잡지 <타이포그래피카(Typographica)> 1964년 12월호에 발표한 아티클 ‘성과 타이포그래피(Sex and Typography)’를 통해 브라운존은 자신의 ‘무질서한’ 정신상태에서 작품의 아이디어가 솟아난다고 밝히며, 작품의 구성이란 곧 성과 타이포그래피와 의미의 통합이라 표현하였다. 자신의 경험을 완벽하게 하나로 담아내는 그의 작업의 핵심은 ‘동시성(simultaneity)’, 다시 말해 본 것과 읽은 것을 한 데 묶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는 이에게 일종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이 포스터는 지금까지도 하나의 컬트 작품으로 남아 있다.





세밀한 표현력
일상적인 물품의 특별한 매력을 감지하는 남다른 감수성을 지녔던 BJ는 ‘라이프론’ 광고에 성적인 뉘앙스를 담게 되었다. 이 스타킹 연작 광고물은 런던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벽면을 따라 진열되었는데, 그 관능적인 성격과 다양하게 변주되는 반복적인 특성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007 골드핑거>의 타이틀 시퀀스



섹시한 타이틀 시퀀스
영화에 있어 크레딧이란 지루하고 따분하기 일쑤였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영화들이 여전히 그러한 크레딧 시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 영화의 크레딧은 팝콘을 먹을 수 있는 3분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나는 크레딧에서 단순히 이름을 빼버리는 작업 이상의 노력을 함으로써 영화팬들이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훌륭한 책 커버를 만드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크레딧의 혁명을 주도했으며, (BJ가 섹시한 매력의 타이틀을 선보이기 이전) 크레딧 타이틀 디자인 계의 제 1인자로 인정받았던 솔 바스(Saul Bass)의 말이다.

“제작자들은 언제나 타이틀 작업을 제일 마지막까지 미뤄놓고 그때까지 남은 돈이 얼마인지 확인한 다음, 제일 값싼 제작방식을 선택한다.”고 BJ는 이야기했다. 타이틀 시퀀스를 영화의 부수적인 작업으로 여겼던 스승 솔 바스와는 달리, BJ는 단 한 번도 타이틀에 영화 촬영 분량을 사용한 적이 없다. 또한 스토리보드와 스크립트를 싫어했던 그는 ‘아이디어를 짜낸 다음 카메라와 조명만 갖고 작업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두 편의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에 있어 짧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콘셉트와 시각적인 풍부함의 조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로버트 브라운존의 타이틀 시퀀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작품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007 골드핑거>의 타이틀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BJ. 온몸을 금빛으로 칠한 채 누워 있는 모델은 마가렛 놀런(Margaret Nolan)이다.

Brownjohn and Margaret Nolan on the set of Goldfinger, London 1964
Photograph by Herbert Spencer



벨리 댄서의 몸을 이용한 크레딧
<007 위기일발>, 1963
생전에 BJ는 <007 위기일발>의 제작자들에게 어떻게 이 크레딧 시퀀스 아이디어를 팔 수 있었는지 즐겨 얘기하곤 했다. 어두운 방안에 환등기를 켠 뒤 웃옷을 올리고 환등기 빛 앞에서 춤을 추는 그의 몸 위에 글자가 영사되면서, 술 기운에 젖어 있던 그의 배 위로 글자들이 스치고 지나가도록 한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저 말고 예쁜 아가씨를 써야죠!"



The making of the Goldfinger title sequence, London 1964
Photograph by Herbert Spencer



작업을 진행하며 처음에는 활자들이 모델의 몸을 쓸고 지나가도록 했는데, 장식적인 효과는 있었지만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영사기의 초점 길이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모델이 광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매력적인 크레딧 시퀀스는, 영화 사상 최초로 검열 대상이 된 타이틀 로 기록되었다.

결국 이 작품은 엄청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고, 다음 속편의 제작도 신속하게 진행되기에 이른다.




위 시퀀스의 스틸 이미지



여성의 몸에 투영시킨 크레딧과 영화 장면
(<007 골드핑거>, 1964)

차기작에서 BJ는 여성 모델의 몸에 이미지를 영사한 뒤 몸의 곡선과 윤곽에 의해 그 이미지들이 일그러지는 효과를 이용해 타이틀 시퀀스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즉 (윤곽선이 뚜렷한) 여성의 몸을 3차원의 영화 스크린처럼 활용한 것이다.

크레딧의 이름은 화면 상에 평평한 느낌으로 고정시킨 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금색 칠을 한 채 금빛 가죽 비키니만을 입은 젊은 여배우의 몸 위 혹은 주변으로 영화 속 애정관계 씬 영상들이 살짝살짝 지나가도록 하였다. 또한 BJ는 포켓 사이즈의 제임스 본드가 여자의 몸 위로 기어올라가는 장면이나, 여배우의 양쪽 가슴 사이에서 골프 공이 사라지는 장면 등 세부적인 표현에까지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 타이틀 시퀀스로 BJ는 여러 차례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는 한편, ‘셀룰로이드 필름을 황금으로 둔갑시키는’ 디자이너로 널리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위 타이틀 시퀀스의 스틸 이미지




관련 자료
<007 골드핑거>의 크레딧 시퀀스, 1964

 



Robert Brownjohn

Graphic Designer (1925-1970)
15 October 2005 to 26 February 2006
Design Museum Exhibition


로버트 브라운존
1925년 미국 뉴저지 출생. 1970년 영국 런던에서 사망.
로버트 브라운존의 바이오그래피